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시간 2. 지로 카타야마

JIRO KATAYAMA
지로 카타야마
시계를 만들기 전까지 시계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워치메이커가 되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의 시계는 도쿄 ‘오츠카(大塚)’에 있는 ‘로 테크(Low-Tech)’라는 이름과 수수한 범용 무브먼트, 그리고 온 힘을 쏟아부은 디스플레이 모듈까지 근래 유행하는 독립 시계제작자들의 문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산업 디자이너에서 시작해 어쩌다 독립 시계제작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독립 시계제작자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다. 다만 시계를 만들게 된 계기는 처음 선반을 샀을 때, 여기서 뭔가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거기서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이 시계였다.

공방과 도구에 대한 애정이 클 것 같다. 가장 아끼는 도구나 기계가 있는가.
중형 선반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핸들도 굉장히 독특하고 다른 여러 요소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다. 나보다 약 열 살 정도 많은 기계인데 지금까지도 가장 아끼고 있다.
오츠카 로텍의 시계도 그런 기계들을 연상시키는 것 같다.
그렇다. 특히 시계에 사용 중인 서체는 오래된 선반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계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오래된 산업용 기기나,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옛날 기계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본인의 시계 제작에 있어 영감을 준 인물이 있나.
독일의 요르그 샤우어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시계들이 가진 인더스트리얼 디자인도 매력적이지만, 작업복을 입고 작업하는 것이 멋있었다. 보통의 워치메이커들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작업하지 않나.

오츠카 로텍 No.9
가장 최근에 발표한 No.9은 독특한 디자인에 점핑 아워, 투르비용, 아워 스트라이크까지 오츠카 로텍에서는 최초로 여러 기능을 넣은 시계였다. 그중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기능은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실제 제품을 무브먼트부터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 모든 부분이 힘들었다. 그중에서도 투르비용 설계가 가장 어려웠고 실제 제작도 힘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독특한 무브먼트가 나와서 만족한다.
오츠카 로텍은 모든 모델에 독특한 초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그런데 사실 이 방식이 초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 않나. 의도가 궁금하다.
No.9을 제외하면 오츠카 로텍의 컴플리케이션이 매 초마다 움직이는 역동적인 컴플리케이션이 아니다. 그래서 시계가 항상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디스플레이를 추가했다. 개인적으로 투핸즈 시계들처럼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시계는 죽은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오츠카 로텍 No.6
모듈의 완성도가 뛰어난 것도 공통된 특징인 것 같다. 특히 No.6의 레트로그레이드는 백래시가 전혀 없이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완성도 높은 모듈을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나는 시간을 표시하는 다양한 방식을 찾아보는 것에서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내가 재미를 느끼는 디스플레이를 찾으면 그 모듈을 똑같이 만들어 보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개량하는 방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No.6는 레트로그레이드를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멈추도록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요즘 인기 있는 워치메이커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근래 유명해진 워치메이커들은 컴플리케이션보다는 심플 드레스 워치에 피니싱을 강조하는 편이지 않나.
이 부분은 추구하는 방향성의 차이가 아닐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시간을 표시하는 다양한 방법을 볼 때마다 놀랍고 이를 만드는 경험이 재밌다. 각자 제작자의 정체성을 쫓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오츠카 로텍 No.5 카이(改)
오츠카 로텍은 해외 팬들이 굉장히 많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일본 거주자에 한정해서 구매가 가능한데, 빠른 시일 내에 해외 팬들에게 문을 열 계획이 있나.
비슷한 문의를 해외 팬들로부터 많이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오츠카 로텍 단독 매장을 오픈해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물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실물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해외 진출은 그 다음 단계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해외 팬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