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시간 3. 나오야 히다

NAOYA HIDA
나오야 히다
시계 업계에서 세일즈맨이자 마케터로 30년을 보낸 그는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나오야 히다 앤 코를 설립했다. 디자인 하나로 전 세계 컬렉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나오야 히다 앤 코의 시계에는 유명 워치메이커도, 백지에서 창조한 무브먼트도, 특별한 피니싱과 컴플리케이션도 없지만 ‘내 손목에 올리고 싶은 시계를 만든다’라는 단순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이 숨어있다.
시계 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굉장히 길다. 그런데도 커리어를 버리고 시계 브랜드를 직접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예전에 담당했던 브랜드의 일본 로컬 한정판을 담당해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 의견이 전부 반영되지 못해 불만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선 나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 인터뷰에서 프랑수아 폴 주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다.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나.
F.P. 주른에서 일할 때, 워치메이킹도 워치메이킹이지만 프랑수아 폴 주른이 제작과 운영, 경영을 모두 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내가 나오야 히다 앤 코에서 제작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워치메이킹에 있어 영감을 받았다곤 말할 수 없지만 그 외 모든 부분을 많이 배웠다.

나오야 히다 앤 코 타입 1D
오랜 업계 경력만큼 유행의 흐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할 것 같다. 요즘은 나오야 히다 앤 코의 시계처럼 심플하고 작은 드레스 워치가 독립 시계제작자들 사이에서 유행하지 않나. 이게 대형 시계 그룹으로까지 이어질 것 같나.
메이저 브랜드들도 아마 이 흐름을 인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요즘은 다운사이징이 트렌드이기도 하고. 다만 그들은 시계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독립 시계제작자들보단 움직임이 느리게 보일 순 있을 것 같다. 드레스 워치라는 장르가 매니아층이 확실하기도 해서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기도 하고. 장기적으로는 매스티지 브랜드들까지 다운사이징 트렌드가 이어질 것 같긴 하다.
독립 시계제작자들과 독립 브랜드의 다른 유행으로는 피니싱을 강조한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있다. 요즘은 핸드 피니싱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나오야 히다 앤 코의 방향성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우리도 언젠가는 완벽한 피니싱을 곁들인 시계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만들고 싶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젊은 워치메이커들이 피니싱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계는 일단 아름다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핸드 인그레이빙 다이얼 같은 요소에 집중한다. 하지만 우린 무브먼트 와인딩 느낌만큼은 신경을 많이 쓴다. 수동 시계는 ‘손맛’이 중요하지 않나.

나오야 히다 앤 코 타입 5A-1
나오야 히다 앤 코의 시계를 보면 인덱스와 핸즈, 케이스 모양이 각기 다 다른데도 같은 브랜드의 시계라는 느낌이 바로 든다. 요즘은 핸즈나 케이스로 패밀리 룩을 만드려는 시도를 많이 하지 않나.
가장 기분 좋은 말을 해줘서 고맙다. 신제품을 낼 때마다 각 시계의 개성을 살리면서 같은 브랜드라는 인상을 주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개성을 살린 예시로는 타입 5A와 타입 5A-1을 들 수 있다. 둘은 인덱스를 제외하면 비슷한 시계지만 타입 5A에는 사파이어 글라스, 타입 5A-1에는 항공기 캐노피용 아크릴 글라스를 사용했다. 브레게 뉴머럴 인덱스가 아크릴 글라스의 왜곡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실물을 보면 둘의 인상이 사진보다 차이가 많이 난다.

타입 3 컬렉션의 문페이즈

나오야 히다 앤 코 타입 6A
나오야 히다 앤 코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컴플리케이션은 독특한 표정을 가진 문페이즈인데, 최근에는 퍼페추얼 캘린더로 본격적인 컴플리케이션에 도전장을 냈다. 퍼페추얼 캘린더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
이건 타입 3가 문페이즈인 것과 동일한 이유다. 내가 그 컴플리케이션을 좋아해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오야 히다 앤 코의 철학은 내가 착용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문페이즈 얘기가 나온 김에 더 말하자면, 문페이즈의 표정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태양의 탑에서 영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