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시간 4. 나유타 시노하라

NAYUTA SHINOHARA
나유타 시노하라
‘마사의 취미(Masa’s Pastime)’라는 이름의 작은 공방은 본래 나카지마 마사가 앤틱 시계를 복원하는 공간이었다. 그런 공방에 젊은 청년 나유타 시노하라가 합류했다. 그의 합류로 완성된 나카지마 마사의 팀은 복원과 수리를 잠시 멈추고, 시계 취미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제작에 도전한다.
한국에서는 사실 나유타 시노하라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자기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소개를 하게 되어서 영광이다. 나는 히코미즈노 주얼리 대학에서 시계 제작을 배우고, 재학 중에 발터 랑에 워치메이킹 엑설런스 어워드 2020에서 일본인 최초로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2021년 Masa’s Pastime에 합류했다.

공방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앤틱 시계를 복원하고 수리하는 곳에서 어쩌다 시계 제작에 뛰어들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건 순서가 반대다. 9명의 팀원 모두 시계를 만들고 싶어서 모였는데, 시계를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니 복원과 수리 의뢰가 너무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통은 이렇게 팀이 많다고 해서 브랜드를 따로 가져가진 않는데 Masa’s Pastime은 MP 시리즈와 나유타 시노하라 컬렉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굉장히 독특하다.
두 컬렉션은 누가 디자인하고 감독하냐의 차이다. MP 시리즈는 Masa’s Pastime의 사장인 나카지마 마사 씨가, 나유타 시노하라 컬렉션은 이름처럼 내가 담당한다. 같은 곳에서 제작하지만 다른 브랜드인 만큼 두 컬렉션은 디자인 코드는 물론 부품까지 전혀 공유하지 않는다.
무브먼트를 새롭게 하나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브랜드까지 이원화하면서 전혀 다른 디자인, 부품, 무브먼트를 사용하다니 대단하다.
우리처럼 작은 공방에서는 안하는 방식이긴 하다. 원래 한 컬렉션을 먼저 제작 중이었는데 다른 디자인을 가진 라인업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와서 도전한 것이다. 디자인이 다르면 거기에 맞게 새로운 무브먼트도 필요하지 않겠나.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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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타 시노하라 모델 A
나유타 시노하라 컬렉션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나.
시계를 복원하고 수리하는 곳이다보니 오래된 회중 시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섹터 다이얼도 거기서 이어지는 포인트다. 브릿지 디자인은 대칭적인 요소에 집중했다. 발터 랑에 워치메이킹 어워드를 수상한 시계는 정면이 대칭인데, 이번엔 후면에서 구현해보았다. 이외에도 밸런스 휠 소재로 알루미늄 합금인 알보론을 사용했다. 기존 베릴륨 합금의 밸런스 휠보다 가벼워서 무게추를 8개까지 늘려도 무게 면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대신 강도가 높지 않고 잘 휘는 문제가 있는데,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인 밸런스 휠로 사용하면 장점만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MP시리즈 소코쿠
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미를 부담되게 표현하면 ‘기념품 시계’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조심하고 있다는 내용을 봤는데, 어떤 요소로 일본의 미를 부담되지 않게 표현했는지가 궁금하다.
고객들이 그렇게 느끼게끔 의도하고 만들고 있다. 일본의 미를 예를 들면 모델 B의 경우 다이얼 표면에 와시(화지, 일본식 종이)의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소코쿠는 다이얼에 일본의 전통적인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인그레이빙했다. 이런 요소들이 한눈에 ‘일본적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보단, 시계를 천천히 봤을 때 알아챌 수준으로 과하지 않게 넣고 있다.
Masa’s Pastime에서 나오는 시계들은 쓰리 핸즈 드레스 워치만 생산하고 있다. 혹시 앞으로도 계속 심플한 시계들을 만들건지, 아니면 꼭 도전하고 싶은 컴플리케이션이 있나?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카지마 마사와 내 대답이 정확히 같았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미닛 리피터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 이와는 별개로 지금 열심히 개발 중인 다른 것도 있다. 당장은 공개할 순 없지만 심플한 시계만 만들 생각은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만나본 모든 이들에게 물어보고 있는 질문이다. 일본의 독립 시계제작자들이 가지는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인프라가 역시 가장 큰 약점이다. 유럽, 특히 스위스는 정말 많은 서플라이어가 있고 그들끼리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가 너무 잘 되어있다. 반면 일본은 소수의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독립 시계제작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플라이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외부에 의존하지 않다보니 직접 많은 것을 만들어야만 한다. 대신 그런 과정에서 일본의 감성이 나오는 것이 강점인 것 같다.